가성비는 잊어도 된다 – 요즘 나는 ‘나를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
한때는 뭐든 가성비를 따졌다. 쿠팡 최저가, 리뷰 별점, 배송비 무료. 이 세 가지가 맞으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렇게 산 것들은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쓰는 물건’은 거의 없었다.
양말은 금방 구멍 나고, 텀블러는 빨리 물때가 끼고, 펜은 자꾸 끊겼다.
언젠가부터 나는 ‘싸게 사서 자주 바꾸는 소비’를 멈추고
‘오래 두고 만족하며 쓰는 소비’로 넘어갔다.
그게 바로 ‘가치소비’였다.
비싸서 좋은 게 아니라, 좋아서 아깝지 않은 소비. 이걸 경험하고 나니, 물건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오늘은 내가 그렇게 ‘내 삶을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준 일상 속 작은 물건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아마 당신도 느낄 거다. 이건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1. 매일 신는 양말 – 타비오 프리미엄 울 양말
나는 양말에 돈 쓰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마트에서 5켤레 9,900원짜리면 충분했고, 그 이상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출근길에 발뒤꿈치가 쓸리고, 점심때는 땀이 차고, 퇴근할 땐 발이 축축해져 있었다.
그날 밤, 벗은 양말을 보며 생각했다. “왜 나는 하루 종일 내 발을 이렇게 불편하게 했을까.”
그다음 날, 나는 우연히 들른 편집숍에서 ‘타비오 프리미엄 울 양말’을 발견했다.
가격은 한 켤레에 16,000원. 순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호기심 반, 피로감 반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신은 날, 하루의 시작부터 달랐다.
양말 하나로 발이 이렇게 편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울 소재는 땀을 흡수하면서도 쾌적했고, 뒤꿈치는 두툼하게 보강돼서 하루 종일 미끄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양말이 ‘나를 존중하는 느낌’을 줬다는 것.
회사 사람들 중 누구도 내 양말을 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나는 하루 종일 ‘좋은 감각 속에 있다’는 만족감을 느꼈고, 그게 이상하게도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그 후 나는 양말을 매년 새로 사는 게 아니라, 좋은 양말 몇 켤레를 오래 신는 사람이 됐다.
📌 Tip:
- 울 혼방 제품은 여름엔 다소 더울 수 있으니 계절용으로 나누어 구입하면 좋음
- 세탁은 반드시 뒤집어서, 찬물 손세탁 혹은 울 코스로!
양말은 매일 신는 옷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패브릭.
이걸 바꾸면, 당신의 하루도 은근히 부드러워진다.
2. 매일 마시는 물 – 미니멀한 유리 텀블러
예전엔 집에 아무 텀블러나 많았다. 세일해서 샀던 플라스틱 컵, 회사에서 나눠준 기념품, 뚜껑이 자꾸 삐걱대는 보온병.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쪽엔 물때가 껴 있었고, 매일 씻는 게 귀찮아서 자꾸 페트병 생수를 사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일 내 몸에 뭘 채우고 있지?”
물은 내가 가장 자주 마시는 것이고, 텀블러는 그걸 담는 그릇인데 왜 나는 아무거나 쓰고 있었을까.
그 순간, 나는 ‘좋은 물병 하나가 내 삶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찾고 또 찾아서 결국 고른 건 500ml 용량의 투명 유리 텀블러였다. 딱 물 한 병 분량. 가볍고 심플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물은 마치 ‘신경 쓴 하루’를 상징하는 느낌이었다.
이 텀블러를 사용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하루 1.5L 이상 물을 마시게 되었고, 사무실 책상 위에도 ‘정돈된 삶’의 기운이 감돌았다.
📌 내가 느낀 변화
- 아침에 물병을 채우는 게 ‘나를 위한 준비’가 됨
- 회사에서 정수기 물보다 텀블러 물이 더 맛있게 느껴짐
- 불필요한 음료 소비가 줄어듦
그리고 이건 누가 알아채지 못해도 괜찮았다. 나는 내가 뭘 쓰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달라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마시는 물을 담는 그릇 하나. 그게 결국, 오늘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여준다.
3. 매일 쓰는 펜 – 제브라 블렌 (Zebra Blen)
하루에 몇 번이나 펜을 쥐는가. 일정을 적을 때, 메모할 때,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펜을 쓰는 순간은 짧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가’를 결정짓는다.
한동안 나는 아무 펜이나 집어 들고 썼다. 회사 비품함에 굴러다니는 공짜 펜, 카페에서 받은 사은품.
그러다 자꾸 글이 끊기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잉크가 번지는 걸 보면서 ‘이 감각이 내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진 않나’ 생각하게 됐다.
그때 알게 된 게 바로 ‘제브라 블렌(Zebra Blen)’이라는 펜이었다.
처음엔 펜촉의 부드러움이 놀라웠다. ‘미끄러지는 게 아니라, 바닥을 스치는 느낌’ 그래서 손에 힘을 거의 주지 않아도 글자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게다가 이 펜의 가장 큰 특징은 ‘소음 없는 필기감’이다. 펜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글을 쓸 때 나는 ‘딸깍’ 소리가 거의 없다.
조용히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디테일은 정말 큰 장점이다.
📌 내가 이 펜을 고집하는 이유
- 펜을 쥐는 감각이 좋아지면, 필기가 즐거워진다
- 기록하려는 의지가 더 자주 생긴다
- 작은 메모에서도 ‘나를 위한 글’을 쓸 수 있다
사람은 손이 닿는 것에 민감하다. 그 감각은 곧 마음과 연결된다. 펜 하나 바꿨을 뿐인데, 나는 내 하루를 더 또렷하게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성비로 따지면 이 펜보다 저렴한 것도 많다. 하지만 가치로 따지면, 이건 매일 나를 정리하게 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물건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건 나를 말해준다
우리는 매일 어떤 물건과 시간을 보내는가. 그게 싸고 빠른 것들이었다면, 이제는 한번쯤 이렇게 묻고 싶다.
“나는 이 물건을 통해 나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지?”
좋은 양말 하나, 깔끔한 유리 텀블러, 내 손에 익은 펜 하나.
이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습관’이 되었다.
당신도 이제, 하루에 가장 자주 쓰는 물건 하나만 바꿔보자. 그 물건은 곧, 당신이 당신을 대하는 방식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