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바꾸니, 하루가 달라졌다
나는 아침이 싫었다. 알람을 몇 번이나 끄고, 겨우 일어나선 물도 제대로 못 마신 채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출근길엔 늘 ‘이러다 지각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급하게 걷곤 했다.
하루의 시작이 이렇다 보니, 그날 하루 전체가 늘 뭔가 어긋나 있었다. 집중이 안 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면 저녁엔 “오늘 왜 이렇게 힘들었지”라는 말로 하루를 억지로 마무리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이 너무 지쳐보였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일이 아주 많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내 표정엔 생기가 없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하루의 시작이 잘못된 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 아침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택 하나가 내 일상 전체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작은 루틴의 시작, 아주 느리고 조용하게
처음부터 뭔가 대단한 걸 해보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냥 하루를 조금 더 괜찮게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침 루틴이라는 말조차 낯설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루틴’이라는 단어는 유튜버들이나 쓰는 단어인 줄 알았다.
내가 처음 만든 루틴은 정말 단순했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기. 그게 전부였다. 생각보다 쉬워 보였지만, 의외로 그걸 며칠이나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 아침마다 겨우 눈을 떠서 핸드폰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었고, 물 마시는 일보다도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다짐했던 날은 꼭 눈을 떠서 바로 주방으로 갔다. 텀블러에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고, 잠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렇게 단 2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하게 좋았다.
그 다음에 추가한 건, 침대 정리였다. 평소엔 이불을 뒤집어 놓고 그냥 나가던 내가, 아침에 물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뭐가 중요하나 싶었지만, 작은 공간 하나가 정돈된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괜찮아지는 걸 느꼈다. 어딘가가 단정해지면, 그 에너지가 내 안으로도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세 번째로는, 조용한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조용한 플레이리스트 하나 만들어두고 침대 정리 후 볼륨을 아주 낮춰서 틀어두었다. 뉴스도 아니고, 유튜브도 아닌 그저 잔잔한 기타 소리, 피아노 선율, 그게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다. 집이 갑자기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 작은 루틴들이 쌓이기까지 딱 2주가 걸렸다. 물 한 잔, 이불 정리, 조용한 음악. 그 세 가지는 생각보다 작지만, 아침이라는 시간 안에서 나를 중심에 놓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루가 바쁘고 정신없더라도 아침의 그 15분만큼은 내가 스스로를 위해 쓴 시간이었다. 그게 처음으로 내가 느낀 ‘일상 회복감’이었다.
하루의 중심이 생기자, 내가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지 조용한 아침을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은 시작이 하루 전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아침에 물을 마시고 침대를 정리하는 몇 분 사이에 뇌가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도 머리도 느리게 깨어나던 그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준비시키는 의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이런 변화를 주변 사람들도 느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먼저 말을 걸지 않던 동료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요즘 표정이 좋아졌어. 무슨 좋은 일 있어?" 나는 그 말에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아침 루틴을 했을 뿐인데.’ 하루가 정돈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놨다. 회의 시간에도 집중력이 늘었고, 사소한 일에 덜 예민해졌고, 가끔 말없이 흘러가던 점심시간에도 먼저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내 감정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나면 남는 건 피로뿐이었다.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느낌보다 그저 하루를 ‘버텼다’는 감정이 강했다. 하지만 아침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하루를 ‘시작했다’는 느낌이 생겼다. 그건 아주 작은 차이지만, 내 안에서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어느 비 오는 날 아침이었다. 창밖에서 부스럭대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물을 마시고, 정리된 이불 위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멍하니 앉아있던 그 순간. 예전 같았으면 비 오는 날은 우울하고 축축했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했다. 그 작은 루틴들이 나에게 주는 안정감이 이제는 외부 날씨보다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거다.
아침은 늘 무겁고 피곤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루틴이 자리 잡히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침이라는 시간은, 나 자신을 가장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걸.
조용한 아침, 나만 알고 싶은 시간
그 아침은 유난히 조용했다. 주말이었고,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적셨고, 창밖에서는 새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모를 고요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늘 하던 대로 주방으로 갔다. 텀블러에 찬 물을 따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멈춰 창밖을 봤다. 오래된 나무 위에 햇빛이 머물고 있었고, 하늘은 흐린 듯 맑았다. 그 순간이 좋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지금 이 시간이 내 삶의 중심처럼 느껴졌다.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정리하고, 작게 틀어둔 재즈 음악이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커피를 내리는 소리, 바닥에 발이 닿는 감각, 입안 가득 번지는 고소한 향기. 그 모든 게 내가 만든 아침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 만든 작은 세계.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차분했다. 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딘가 단단하게 정리된 기분이었다. 예전에는 불안하게 시작했던 하루들이 이제는 ‘괜찮아질 것 같은’ 예감으로 시작됐다.
그 아침을 겪고 나서야 나는 왜 사람들이 루틴을 만든다고 말하는지 알게 됐다. 루틴은 습관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아침 그 약속을 지키며 나를 조금씩 더 신뢰하게 되었다.
당신만의 아침을 만들어보세요
아침 루틴은 생각보다 사소하다. 물 한 잔, 침대 정리, 조용한 음악. 그저 몇 분의 행동에 불과하지만 그 안엔 나를 다잡는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본 사람은 안다. 작은 루틴이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가 쌓이면 결국 삶이 조금씩 정리된다는 걸.
지금 당신의 아침이 조금 버겁고, 하루의 시작이 늘 뒤엉킨 기분이라면 오늘 밤 이 글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당장 모든 걸 바꾸지 않아도 된다. 단 하나, 아주 작고 단순한 행동 하나면 충분하다.
당신만의 아침을 만들어보세요.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이 당신을 위한 시간. 그 시간이 매일 반복되면, 어느 날 갑자기 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아침이 달라지면, 하루도 달라진다.”